본문 바로가기
도서관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도서관 자료 관리법

by smartscoop 2025. 4. 21.

도서관의 탄소발자국 감축, 자료 관리에서 시작된다

지속 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도서관도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자료 관리’는 도서관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는 핵심 영역이다. 자료의 수집, 보관, 폐기, 이용 방식에 따라 탄소발자국의 양은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도서관은 단순히 자료를 축적하는 공간이 아니라, 저탄소 운영을 실현할 수 있는 지식 생태계로 나아가야 한다. 이 글에서는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도서관의 자료 관리 전략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국내외 도서관에서 실제로 실행 중인 친환경 사례들을 통해 지속 가능한 운영 방향을 제시한다. 

 

디지털 자료 확대: 탄소발자국 저감을 위한 물리적 유통의 감소

도서관의 탄소배출을 줄이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 중 하나는 디지털 자료의 활용 확대다. 전자책, 오디오북,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는 물리적인 제작·운송 과정을 생략함으로써 자료 한 건당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여준다.

예를 들어 종이책 한 권을 제작하고 운반하는 데는 평균적으로 약 2.7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만, 같은 콘텐츠를 디지털로 제공할 경우 이 수치는 0.1kg 이하로 감소할 수 있다. 물론 서버 운영과 전력 사용으로 인해 디지털 콘텐츠도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물리적 자원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한 선택이다. 많은 도서관이 디지털 자원을 중심으로 컬렉션을 재편성하며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역 중심 자료 공유: 운송 거리 단축을 통한 탄소발자국 감소

도서관은 이용자 접근성과 자료 이용률을 고려해 지역 중심 자료 공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중요한 전략 중 하나다.

서로 인접한 도서관 간에 자료를 공동으로 구매하거나 공유하는 방식은 중복 구입을 방지하고, 장거리 운송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서울특별시교육청 소속 도서관들은 공동 장서 공유 시스템을 운영해, 한 도서관에 없는 자료를 다른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이용자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면서도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과 탄소 저감을 동시에 실현한다.

 

지속 가능한 장서 구성: 탄소발자국을 고려한 수명 주기 기반 선정 전략

탄소 절감을 위한 장서 구성의 핵심은 자료의 수명 주기(Life Cycle)를 고려한 관리에 있다.

도서관이 구매하는 자료는 단순히 ‘인기’나 ‘신간’ 여부만이 아니라, 얼마나 오랫동안 활용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고전문학, 지역자료, 지속 가능한 주제의 정보자료 등은 이용 빈도가 안정적이면서 장기 보존 가치가 높아, 자원 낭비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반면, 단기적인 이슈 중심의 소비성 자료는 다량의 종이 사용과 폐기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도서관은 장서 구성에 있어 ‘지속 가능성’이라는 가치를 자료 선정의 핵심 잣대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환경친화적 보존 기술 도입: 탄소발자국 감소를 위한 에너지 절약 전략

자료 보존을 위한 장비나 기술 또한 탄소발자국 감축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존에는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고에너지 장비를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친환경 보존 시스템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연 환기 시스템을 활용하거나, 고효율 냉방 장비, 자동 조도 조절 조명 등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디지털 보존 기술을 활용하면 물리적 공간을 줄이면서도 다량의 자료를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보존 방식의 전환이 도서관의 에너지 효율을 크게 향상하고, 운영 비용과 탄소배출을 동시에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도서관 자료 관리법

 

 

폐기 자료의 재활용과 순환 시스템 구축: 탄소발자국 감소를 위한 지속 가능한 접근

도서관에서는 일정 기간 이용되지 않거나 손상된 자료를 폐기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폐기 이후의 자원 순환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이다.

가능한 한 자료를 수선하거나 재활용하여 활용도를 높이고,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자료는 종이 재활용 업체와 연계해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처리해야 한다. 일부 도서관은 폐기 도서를 예술 작품 재료로 재사용하거나, 책장으로 가공하여 지역 커뮤니티 공간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자원 순환을 실현하고 있다. 이렇게 폐기 이후까지 책임지는 자원 관리 시스템은 도서관의 지속 가능성을 한층 높여주는 요소다.

 

데이터 분석으로 불필요한 자료 최소화: 탄소발자국 감소를 위한 효율적 관리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자료 수집과 보존에서의 정확한 수요 예측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도서관은 이용률 데이터를 분석해 불필요한 자료 구입을 줄이고, 이용자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예를 들어, AI 기반 대출 분석 시스템은 주제별, 계절별, 연령별 이용 패턴을 기반으로 자료 수요를 예측할 수 있어, 과잉 구매와 자원 낭비를 방지한다. 이는 단순한 효율화 수준을 넘어서, 장서 구성의 환경적 책임을 고려한 정밀한 자료 관리로 이어진다.

 

탄소발자국 절감을 위한 국내외 도서관의 실천 사례

실제 국내외 도서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탄소 절감형 자료 관리를 실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공공도서관(San Francisco Public Library, SFPL)은 낡은 책을 단순히 폐기하지 않고, 예술 작품으로 재활용하거나 지역 커뮤니티 센터와 연계해 중고도서 순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의회도서관(Library of Congress)는 자체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도서를 미국 내 자격을 갖춘 기관에 기증하는 '잉여 도서 프로그램(Surplus Books Program)'을 운영하여 자원순환에 이바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전자책 플랫폼 확대와 함께, 지역 커뮤니티와 연계한 중고 도서 교환 프로그램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이들 사례는 도서관이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데 실질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자료 관리의 변화가 도서관의 미래를 만든다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도서관의 자료 관리 전략은 단순한 행정 개선이 아니라, 기관의 정체성과 미래 방향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디지털 전환, 지역 공유, 지속 가능성 기반 장서 구성, 친환경 보존, 자원 순환 시스템 등은 모두 도서관이 환경적 책임을 실천하는 구체적 방식이다. 이러한 전략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때, 도서관은 정보기관의 역할을 넘어 탄소중립 사회로 가는 실질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오늘날의 도서관은 지식의 축적지이자, 친환경 생활양식의 확산 거점이다. 자료 하나하나를 선택하고 관리하는 방식이 곧, 우리가 사는 세상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