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피드백을 반영한 자료 선정 및 큐레이션 전략

도서관 큐레이션, 이제는 소통이 핵심이다

도서관은 더 이상 일방적인 자료 제공자가 아니다. 이용자의 목소리를 반영해 자료를 선정하고 큐레이션 하는 능동적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도서관은 시대의 변화와 함께 단순한 정보 보관소를 넘어, 이용자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참여형 지식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이용자 피드백’의 적극적 수용이다. 이제 도서관은 자료를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주체가 아니라, 이용자의 요구를 분석하고 반영하여 맞춤형 큐레이션을 수행하는 능동적 기관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인기 있는 책을 비치한다’는 수준을 넘어, 사회적 흐름과 지역 공동체의 특성, 세대별 관심사 등을 고려한 복합적인 정보 설계 전략으로 발전하고 있다.

 

자료 선정의 변화: 수동적 기획에서 참여 기반 선택으로

전통적인 도서관 자료 선정 방식은 사서의 전문성과 출판 트렌드에 크게 의존했다. 물론 이는 일정 수준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었지만, 이용자 개별의 필요나 지역 특화 수요를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최근 도서관들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이용자 참여 기반의 자료 선정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추천 도서 신청 시스템을 운영하거나, 모바일 앱과 연동된 희망도서 신청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더 나아가 대출 빈도, 반납 기간의 준수율, 검색 횟수 등을 분석해 데이터 기반의 자료 수요 예측을 실행하기도 한다. 이처럼 자료 선정은 이제 피드백을 중심으로 역동적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그 자체로 도서관의 민감성과 대응력을 가늠하는 지표가 되고 있다.

 

피드백 수집의 정교화: 설문, 인터뷰, 디지털 데이터 활용

이용자의 피드백을 효과적으로 수집하기 위해 도서관은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가장 전통적인 방법은 설문조사나 의견함을 통한 직접 피드백이지만, 최근에는 디지털 환경에서 수집되는 정량적 데이터가 그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

예컨대, 특정 도서가 자주 검색되지만, 실제 대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이는 해당 자료에 대한 수요는 존재하지만 위치나 접근 방식에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외에도 앱 이용 패턴, 콘텐츠 열람 시간, 주제별 클릭률 등은 이용자의 관심사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데이터로 활용된다. 도서관이 단순히 의견을 수렴하는 수준을 넘어, 이용자 행동을 해석하고 예측하는 전략적 기관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큐레이션의 역할 변화: 정보 배열에서 의미 설계로

도서관 큐레이션은 단순히 비슷한 주제의 책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을 넘어, 정보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용자와 연결 짓는 활동으로 변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환경의 날을 맞이해 기후변화와 관련된 자료를 선별하거나, 특정 연령대를 위한 진로 탐색 큐레이션을 기획하는 방식이다. 이때 핵심은 큐레이션의 중심에 이용자 피드백이 반영되는가다. 예컨대 지역 청소년의 독서 패턴이나 참여 행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제를 선정하거나, 최근 이슈가 되었던 사회적 담론을 반영한 자료 구성은 큐레이션의 질을 높이는 결정적 요소가 된다. 큐레이션은 이제 정보의 배열을 넘어, 이용자의 삶을 연결하는 이야기 구조로 확장되고 있다.

 

실제 사례 분석: 피드백 기반 서비스 혁신

국내에서도 여러 도서관이 이용자 피드백을 자료 선정과 큐레이션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서울도서관은 온라인 희망도서 신청 데이터를 분석하여 다양한 주제의 큐레이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당진교육지원청 당진도서관은 이용자가 직접 북큐레이션에 참여하는 <당신의 책을 소개합니다>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또한 성북구립 글빛도서관은 지역 주민 의견과 참여를 바탕으로 커뮤니티 주제별 큐레이션 공간을 운영하였으며, 동대문책마당도서관은 대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분기별로 트렌디한 주제를 설정하는 등 데이터 기반 서비스 혁신을 실현하고 있다. 이처럼 실제 사례는 피드백이 단지 참고 자료가 아닌, 자료 구성과 콘텐츠 설계의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큐레이션을 위한 협업과 파트너십

이용자 피드백이 보다 효과적으로 반영되기 위해서는 도서관 내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여러 도서관에서는 지역 예술인, 교육기관, 사회단체 등과의 협업을 통해 주제에 깊이를 더하고 실제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역 학교와 협력하여 청소년 독서 교육 큐레이션을 구성하거나, 환경 단체와 연계해 기후 관련 독서 코너를 기획하는 사례가 있다. 이러한 파트너십은 단순히 자료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서관이 지역사회와 함께 지식을 구성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게 만든다.

 

앞으로의 방향: 인공지능과 피드백 자동화의 만남

미래의 도서관은 이용자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자동 반영하는 큐레이션 시스템을 지향하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 기술과 데이터 분석이 결합한 형태로, 이용자가 검색한 키워드, 열람한 자료, 예약한 프로그램 등의 정보를 기반으로 주제별 추천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도서관의 정보 제공 방식에 혁신을 가져오며, 이용자의 피드백이 곧 콘텐츠로 전환되는 자동화된 지식 순환 구조를 가능하게 한다. 단, 자동화 기술이 오작동하지 않도록 윤리적 고려와 사용자 통제권 확보가 동반되어야 하며, 기술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큐레이션 원칙은 유지되어야 한다.

 

 

도서관은 더 이상 정적인 공간이 아니다. 이용자의 목소리를 듣고, 그에 반응하며, 다시 새로운 정보 생태계를 설계해 나가는 역동적인 기관이다. 특히 피드백은 단순한 의견을 넘어, 자료 선택의 방향성과 큐레이션의 철학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자리를 잡고 있다.

앞으로의 도서관이 더욱 의미 있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책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바로, 매일 도서관을 찾는 이용자 한 사람 한 사람의 피드백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