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을 고려한 도서관 장서 개발 전략

도서관 장서 개발에도 지속가능성이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수집하는 공간이 아니라, 지식과 정보의 흐름을 균형 있게 설계하고 운영해야 하는 공공 지식기관입니다. 특히 환경, 사회, 경제적 가치를 고려하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의 개념이 사회 전반에 요구되면서, 도서관의 장서 개발 전략 또한 재정립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단순히 자료의 양적 확충이나 최신 자료 확보가 장서 개발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장서의 생애주기 관리, 정보 접근의 형평성, 지역사회 수요 반영, 디지털 전환 대응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도서관 장서 개발 전략의 주요 방향성과 구체적인 실천 방법에 대해 단계별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장서 생애주기 관리를 통한 자원 절약 전략

도서관의 지속 가능한 장서 개발은 단순한 수집과 보관을 넘어, 자료의 생애주기를 전제로 한 운영 전략을 포함합니다. 자료가 수집되는 순간부터 폐기 또는 재활용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줄이고 공간 활용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용률이 현저히 낮거나 정보 가치가 소멸한 장서는 폐기하거나, 지역 내 타 기관과의 공유 체계를 통해 자원을 재순환하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장서 점검 및 갱신 주기’를 수립하여 주기적으로 장서 상태와 활용도를 평가하고, 비효율적인 장서를 선별적으로 교체하는 기관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장서 수명 주기를 고려한 합리적인 수집·폐기 전략이며, 도서관의 자원 운영에 있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기본 요소가 됩니다.

 

지역사회 기반 맞춤형 장서 개발

지속 가능한 장서 개발은 지역사회의 특성과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합니다. 모든 도서관이 동일한 기준으로 장서를 구성할 수는 없으며, 각 지역의 인구 구성, 생활 문화, 경제 수준, 교육 환경에 따라 장서의 내용과 비중은 달라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의 도서관은 대활자본, 건강 관련 정보자료, 치매 예방 콘텐츠 등을 중심으로 장서를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지역주민의 수요를 직접 반영할 수 있도록 장서 희망도서 신청제를 적극 운용하고, 사서의 일방적인 판단이 아닌 이용자 참여형 장서 구성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렇게 설계된 장서는 지역 주민과의 접점을 확대하며, 장서의 활용도를 자연스럽게 높여 장서 개발의 지속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게 됩니다.

 

디지털 장서 개발: 전자자료와 오픈 액세스 활용 전략

정보환경이 디지털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도서관도 물리적 장서 중심의 운영에서 디지털 기반 장서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는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매우 긍정적인 접근입니다. 종이책은 보관 공간과 유지 비용이 많이 들고, 장기적으로 물리적 훼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면, 전자책과 오픈 액세스(Open Access) 자료는 저장 공간이 필요 없고 접근성도 뛰어나, 다양한 계층의 정보 격차 해소에도 효과적입니다.

특히 학술 분야에서는 공개된 오픈 저널이나 디지털 저장소(IR)를 활용해 학술정보 장서를 확대하는 전략이 중요합니다. 도서관은 이용자의 정보 탐색 패턴을 분석해 특정 분야의 디지털 수요가 높을 경우, 우선순위를 두고 전자자료 확보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와 함께 전자자료의 메타데이터 품질을 높이고, 접근 플랫폼을 직관적으로 설계함으로써 이용자의 접근성과 이용 만족도를 동시에 향상할 수 있습니다.

 

장서 개발 정책의 유연성과 지속 가능 운영 체계

지속 가능한 장서 개발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유연한 장서 개발 정책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재정 및 조직 운영 체계가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도서관은 연 단위 예산에 따라 장서를 구입하기 때문에, 해당 연도의 예산 소진 여부에 따라 장서 개발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예산을 분기별로 분산 배정하거나, 특정 주제나 이용자 계층에 대한 테마형 수서 계획을 수립하여 전략적으로 운용하는 방식이 유효합니다.

또한, 장서 개발과 연계된 내부 지침이 시대 흐름에 맞게 지속해서 개정되어야 하며, 디지털 전환, 지역 협력, 환경 보호 등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방향성이 필요합니다. 도서관은 이와 같은 유연한 운영 정책을 통해 장서 개발의 목적과 방향을 명확히 하면서, 단기적 성과보다는 지속 가능한 운영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지속 가능한 장서 개발은 도서관의 미래를 결정합니다

장서는 도서관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이며, 이용자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식 자산입니다. 지속 가능한 장서 개발 전략은 단지 책을 잘 고르는 수준을 넘어서, 도서관 운영의 철학과 방향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행위입니다. 장서의 생애주기 관리, 지역사회 기반 맞춤형 수서, 디지털 자료 활용, 유연한 정책 운용은 모두 지속가능성을 중심에 둔 전략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이 지역사회와 더 오래, 더 깊이 연결되기 위해서는 장서 개발 과정에서부터 지속 가능한 가치를 고려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적으로는 운영 효율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도서관의 정체성과 사회적 역할을 더욱 확고히 하는 기틀이 될 것입니다.

특히 기후 위기, 지역 인구 변화, 디지털 정보 홍수 같은 사회적 흐름 속에서 도서관의 장서 전략은 더 능동적이고 유연한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장서를 단순히 '보유해야 할 자료 목록'으로 보는 관점을 넘어, 지속 가능한 지식 생태계를 설계하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도서관은 사서, 지역 커뮤니티, 정보 전문가, 정책 결정자 간의 협업 체계를 강화하고, 사회적 책무를 공유하는 구조로 나아가야 합니다. 지속 가능한 장서 개발은 결국 도서관이 미래에도 시민의 삶에 꼭 필요한 공간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하는 가장 근본적인 기반이 됩니다.